[특강] 콜로키움 세미나 - 진실을 끌어내는 질문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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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anager
댓글 0건 조회 6회 작성일 26-04-30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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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사이버 치안과 사회 안전의 미래를 연구하는 한림대학교 한림지능형사회안전연구소(HI-SSR)가 지난 4월 17일, 이형근 교수를 초청하여 '진술의 원천과 여정'을 주제로 특별 강연을 개최했다. 이번 강연은 '사이버캅' R&D 사업을 수행 중인 연구진과 융합과학수사학과 학부생들의 진술 분석 역량과 수사 면담 소양을 제고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 "기억은 본디 정확하지 않다"... 진술 증거의 본질적 한계
강연에 나선 이형근 교수(이하 '이 교수')는 형사 절차에서 수집되는 진술의 본질적 한계를 화두로 던졌다. 이 교수는 대화 상대가 순간적으로 다른 사람으로 바뀌어도 인지하지 못하는 고전적 인지 실험과 시간 경과에 따라 기억이 급격히 소실되는 망각 곡선을 근거로 "기억은 기본적으로 정확하지 않으며, 사건 발생 시점과 진술 시점 사이 최초 개입이 늦어질수록 진술의 신뢰성은 급격히 저하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답의 끝을 막지 말 것"이라는 면담 원칙을 강조했다. 과거를 인출하는 작업은 인지 용량을 크게 소모하기 때문에, 진술자의 말을 중간에 끊으면 인출과 진술 사이의 흐름이 단절되어 정작 핵심이 될 수 있는 후속 진술을 놓치게 된다는 분석이다.

■ '설득 추궁형'에서 '정보 수집형'으로... 면담 패러다임의 전환
이 교수는 면담 기법을 '설득 추궁형'과 '정보 수집형'으로 구분했다. 설득 추궁형이 진술자의 불안과 두려움을 증폭시켜 혐의 인정을 유도하는 방식이라면, 정보 수집형은 진술자의 인지적 부하를 높여 거짓말의 비일관성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 교수는 "설득 추궁형은 기만적 요소가 있어 비윤리적·비합법적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으며, 최근 수사 실무는 정보 수집형 면담으로 무게 중심을 이동하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또한 면담자의 의도가 질문에 노출될수록 진술자의 사건 추론이 차단될 수 있어, 의도는 최대한 감추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도 함께 강조되었다.

■ 개방형 우선, 폐쇄형은 마지막... 질문이 곧 진술의 질을 결정한다
질문 유형과 관련해서는 개방형, 구체적, 폐쇄형 질문 사이의 위계가 명확히 제시되었다. 마침표로 끝나는 개방형 질문("말해봐", "묘사해봐", "설명해봐")이 가장 신빙성이 높고, 의문사를 포함한 구체적 질문, 선택지를 제시하는 폐쇄형 질문 순으로 신빙성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한 명이었나요, 두 명이었나요"와 같은 이분형 질문이나 "어느 방향으로 도망갔나요"처럼 특정 전제를 내포한 질문이 답변을 한쪽으로 유도해 중립적 응답의 여지를 차단한다는 점을 사례로 들었다. 또한 타인의 착오 송금을 임의 인출했다는 사실을 묶어 물은 복합 질문에 "예"라고 답한 진술이 결국 무죄로 귀결된 판례를 인용하며 "복합 질문은 어떤 부분에 대한 답변인지 특정할 수 없어 법적 효력에 치명적"이라고 지적했다. 개방형 질문으로 방향을 잡은 뒤 구체적 질문으로 세부를 확인하는 페어링 방식이 실무적 모델로 제시되었다.

■ "Give & Take가 아닌 Take & Give"
강연 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이 교수는 면담에서 사용된 질문의 양과 수집된 정확한 정보의 양이 반비례 관계에 있다는 실증 결과를 인용하며 "질문이 많다는 것은 부적절한 질문이 많이 사용되었음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일상에서의 'Give & Take'와 달리 면담은 'Take & Give', 즉 먼저 진술자의 기억을 충분히 보존·탐색한 뒤 증거 제시와 설명 요구의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원칙도 재차 환기되었다.

한림대 HI-SSR 연구진들은 "이번 특강을 통해 사이버 범죄 수사에서도 디지털 증거 못지않게 진술 증거의 과학적 신빙성 확보가 핵심 과제임을 확인했다"며, "연구소에서 추진 중인 사이버캅 온톨로지 설계에도 과학적 면담 기법의 원칙을 적극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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